육아휴직은 성별을 막론하고 모든 부모에게 보장된 권리다. 고용보험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은 자녀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인 경우, 부모 모두에게 각각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권리와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하며, 엄마와 아빠가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 체감하는 분위기나 이점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본 글에서는 육아휴직 제도상 남녀 간의 법적 평등, 급여 실익, 조직문화 속 시선 등을 토대로 누가 더 유리한지를 다각도로 비교하고자 한다.
법적으로는 평등하지만 현실은 아직 따라오지 못한다
제도적으로 육아휴직은 엄마와 아빠 모두가 똑같이 사용할 수 있는 평등한 권리다.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고, 시기를 나눠 순차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명의 자녀에 대해 각각 부모가 1년씩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으며, 동일 자녀라 해도 아빠와 엄마가 같은 시기에 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하다. 그러나 사용률은 큰 차이를 보인다. 2023년 기준, 육아휴직 사용자의 약 79%는 여성이고, 남성은 21%에 그쳤다. 이는 법은 평등하지만 실제 사용 여부는 조직의 문화와 사회적 인식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엄마는 일반적으로 출산휴가 이후 자연스럽게 육아휴직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많다. 제도적으로도 출산휴가 → 육아휴직 순으로 연속성이 인정되며, 회사 역시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반면 아빠는 출산 직후 곧바로 육아휴직에 들어가기보다는 상황을 살피며 사용 시기를 조율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조직 내에서 남성의 장기 휴직에 대한 불안, 동료의 시선, 업무 공백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전통적인 조직문화가 강한 기업에서는 남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했을 때 "진짜 휴직할 거냐", "팀원들은 어쩌냐"는 반응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암묵적인 사회 통념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는 아빠들의 휴직 결정에 심리적 제약으로 작용한다. 결국 법적 평등과 실제 이용률 사이에는 현실적 간극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급여 수령 조건과 실익 측면 비교
육아휴직 급여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되며, 통상임금의 80% 수준이 원칙이다. 2024년 기준 상한액은 월 150만 원이며, 하한액은 70만 원이다. 이 외에도 동일 자녀에 대해 두 번째 사용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육아휴직 보너스 제도’가 적용되어 초기 3개월간 최대 250만 원까지 급여가 인상된다. 이 제도는 맞벌이 부부의 육아휴직 활용을 장려하기 위한 장치다.
경제적 실익 측면에서는 육아휴직을 누가 먼저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계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보통은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이 먼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고소득자는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나중에 쓰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사회적으로 남성이 평균 임금이 더 높은 경우가 많아 여성(엄마)이 먼저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구조는 최근 변화하고 있다. 아빠가 통상임금이 높을 경우, 보너스 급여 적용으로 인해 오히려 급여 수령액이 더 높아질 수 있으며, 단기간(3개월)만 사용해도 충분한 수익 보전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엄마가 6~9개월간 육아휴직을 사용한 후, 아빠가 마지막 3개월간 보너스 기간만 활용하면 전체 급여 총합이 더 유리하게 산출될 수 있다.
또한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기업은 정부로부터 인센티브(고용창출장려금 등)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점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아빠가 복직 후 조직 내에서 육아에 적극적인 인물로 인식되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따라서 급여 실익뿐 아니라 장기적 커리어 관점에서도 아빠 육아휴직은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 내 문화와 사회 인식의 실질적 차이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사회적 인식이다. 엄마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지는 반면,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좋은 아빠네', '의외인데?' 같은 반응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제도가 가진 평등성과 사회가 가진 편견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조직 문화'와 '시선'이다. 특히 중간관리자나 팀장급의 남성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상사로부터 “그럼 팀은 누가 맡아?”라는 질문을 받기 쉽다. 이러한 분위기는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특별한 일’로 만들고, 그 결과 제도의 실질적 활용도를 낮추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희망적인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남성 육아휴직 장려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복귀 후 불이익을 막기 위한 별도 가이드라인도 마련되고 있다. 또 일부 기업에서는 육아휴직을 다녀온 아빠를 조직 문화 혁신의 상징으로 홍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육아는 성별에 관계없이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을 때, 진정한 의미의 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 현재는 과도기적인 시기로, 변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확실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결론: 유리한 쪽은 상황 따라 달라지며, 가장 중요한 건 선택의 자유다
엄마와 아빠 중 누가 육아휴직을 쓰는 게 더 유리한지는 가정의 경제 상황, 회사 분위기, 사회적 지지 환경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자유롭게 제도를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도적으로는 평등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남아 있다. 그러나 점차 사회가 변하고 있고, 아빠의 육아휴직도 이제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닌 하나의 흐름으로 인식되고 있다. 육아는 함께할 때 의미가 깊고, 육아휴직은 함께 나눌 때 제도가 완성된다. 각 가정의 상황에 맞게 지혜롭게 선택하고, 사회 전체가 이를 지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