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육아휴직은 더 이상 드문 선택이 아니다. 과거에는 여성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남성들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육아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30~40대의 중견 직장인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복직을 앞두고는 걱정이 많아진다. 조직 내 시선, 커리어 단절, 업무 감각 저하, 가정 내 역할 재분배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복귀를 어렵게 만든다. 이 글에서는 육아휴직 후 복직을 준비하는 아빠들을 위한 전략과 현실적인 조언을 멘털 관리, 조직 적응, 워라밸 유지의 세 가지 측면에서 자세히 안내하고자 한다.
1. 아빠육아의 가치와 복직 전 멘털 리셋
남성의 육아휴직은 단지 아이를 돌보기 위한 시간이 아니다. 이는 자녀와의 관계 형성뿐만 아니라, 부부 관계 회복, 자신에 대한 재정비 시간을 포함한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다. 많은 아빠들이 육아휴직 기간 동안 처음으로 아이의 첫걸음마를 보거나, 수유와 재우기를 함께 하며 그동안 미처 몰랐던 가정의 무게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경험은 분명 삶의 방향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복직을 앞두고는 다시 직장인으로서의 역할로 복귀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기 마련이다.
복직 전 심리적 준비는 필수다. '그동안 업무에서 멀어졌는데 잘할 수 있을까?', '팀에서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점차 자신감이 떨어진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육아휴직 기간 동안 어떤 가치를 경험했는지를 되짚어보며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리해 보는 것이 좋다. 자녀와 보낸 시간은 절대 낭비가 아니며, 오히려 더 성숙하고 단단한 리더십을 키우는 시간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복직 최소 2주 전부터는 일상 루틴을 업무 중심으로 서서히 조정해 보는 것이 좋다. 아침 기상 시간, 출퇴근 경로, 식사 시간, 자기 전 루틴까지 실제 복직 후의 일상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체력과 심리를 함께 조율해야 한다.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이별 준비’가 필요하다. 하루 중 함께하는 시간을 점차 줄이고, 등하원이나 놀이 시간을 배우자와 나누며 새로운 일상 구조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2. 직장 내 복귀전략: 조직 적응과 커뮤니케이션
복직 후 직장생활에 다시 적응하는 것은 남성 육아휴직자에게 특히 도전적인 과제다. 여성과 달리 남성의 육아휴직은 여전히 조직 내에서 ‘이례적 선택’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으며, 일부 동료들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조직 문화를 바꾸는 첫걸음은 ‘자기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복직 전 동료 또는 팀장과의 사전 커피 미팅이나 연락을 통해 팀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겼는지, 팀 인원이 변경되었는지, 사용 중인 툴이나 시스템은 어떤지 등 최소한의 정보라도 알고 복귀하는 것이 부담을 줄여준다. 특히 슬랙, 노션, 지라, 컨플루언스 등 업무 협업 도구가 바뀌었는 경우에는 미리 짧은 온라인 교육이나 가이드를 보고 익혀두는 것이 좋다.
복직 초기에는 '적응 기간'으로 잡는 것이 현명하다. 상사와 1:1 면담을 요청하여 복귀 직후 일정, 참여할 프로젝트, 우선순위 등을 조율하고, 육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긴급 상황(조퇴, 병원 동행 등)에 대해 미리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기업들은 남성 육아휴직자의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유연근무제, 시차 출근제, 부분 재택근무 등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회사의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동료와의 관계 회복도 중요하다. 복직 후 처음 며칠은 인사를 다니고, 가볍게 근황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아이 잘 크냐’, ‘육아는 어땠냐’는 대화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간에 거리감이 줄어든다. 자신이 경험한 육아의 어려움이나 배운 점들을 동료와 공유하면 오히려 조직 내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워킹맘 동료와의 공감은 생각보다 강력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준다.
3. 워라밸 설계와 지속가능한 커리어 전략
복직 이후 가장 현실적인 과제는 ‘워라밸 유지’이다. 아이는 여전히 손이 많이 가고, 배우자도 여전히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직장에서의 성과와 책임까지 요구되기 때문에, 체력과 감정 소모가 극대화되는 시기가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일상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먼저, 하루 루틴을 가족과 함께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침 준비 시간, 하원 픽업,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부부 각자의 회복 시간 등을 명확히 분리해서 계획하고, 가족 일정 공유 캘린더를 운영하면 실수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월요일과 수요일은 아빠가 하원 담당, 화요일과 목요일은 엄마가 아이 목욕 등 구체적으로 나누어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개인 회복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매일 20~30분 정도 나만의 루틴(산책, 독서, 운동, 명상 등)을 통해 감정을 정리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해야 지속가능한 일상이 가능해진다. 복직 직후에는 일주일 단위로 ‘버티기 목표’보다는 ‘유지 가능한 리듬 찾기’를 설정하고, 업무 부담이 커질 때는 부서장에게 솔직히 어려움을 공유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커리어는 멈추지 않고 ‘조정’ 해야 한다. 육아휴직으로 인해 생긴 공백이 커리어의 단절이 되지 않도록, 복직 후 6개월 이내에 자기 계발을 위한 작은 목표를 설정해 보자. 온라인 강의 수강, 사내 연수 참여, 독서 모임 가입, 업무 개선 아이디어 제안 등 작은 활동이라도 시작하면 다시 일에 대한 감각과 동기를 회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빠로서도, 직장인으로서도 ‘완벽한 균형’을 바라기보다 ‘유연한 조율’을 목표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에 100점을 받기보다는, 일과 육아에서 각각 70점씩 받아도 괜찮다는 마인드가 심리적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때로는 회사에서 중요한 회의를 양보해야 하고, 때로는 아이에게 미안한 순간도 생기지만, 이 모든 시간은 삶 전체에서 값진 경험으로 남는다.
남성의 육아휴직과 복직은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가족, 조직,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더 많은 아빠들이 당당하게 육아에 참여하고, 이를 커리어의 걸림돌이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의 기회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복직을 앞두고 있는 모든 아빠들에게 이 글이 작은 용기와 전략이 되기를 바라며, 육아와 일, 그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